#이스타항공 기장 A 씨는 4월 은행 2곳에서 신용대출을 받았다. 3월 중순부터 전 노선 운항이 중단되면서 월급 지급도 중단됐기 때문이다. A 씨는 “한도까지 꽉꽉 채워 신용대출을 미리 받아놨으니 망정이지 만약 회사를 그만두기라도 했으면 이마저도 못 받을 뻔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월급 없이 대출금만 까먹는 상황이 언제까지 갈지 모른다는 것이다. 항공업계에선 여객수요가 완전 회복될 때까지 3년이 걸린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어 현재로선 이직조차 어려운 상태다. 이 때문에 1년 뒤 만기가 돌아오면 연장이나 추가 대출이 가능할지 답답한 심정이다.
#전북 김제시의 한 병원에서 원무과장으로 있던 B 씨는 같은 병원 1층에서 환자들을 상대로 작은 커피숍을 운영하는 부인이 사업자대출을 받은 돈으로 생활비를 대고 있다. B 씨가 근무하던 병원은 올해 들어 코로나19로 노인 환자가 급감하자 고정비용을 줄이기 위해 인력을 내보냈다. B 씨도 할 수 없이 6년가량 일하던 병원을 그만둬야 했다. B 씨 명의로는 대출이 안 돼 결국 부인이 사업자대출을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 침체로 ‘소득절벽’에 직면해 은행 빚으로 근근이 버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17일 기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 가계신용대출 잔액은 116조5544억 원으로 5월보다 1조8685억 원 늘었다. 현재 추세대로면 역대 최대 월간 증가폭을 기록했던 3월(2조2408억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가계신용대출은 지난해까지는 한 달에 1조 원가량의 증가폭을 보였다.
자영업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개인사업자대출 증가세도 심상찮다. 개인사업자대출은 올해 들어 이달 17일까지 19조1199억 원 불어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7조7000억 원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 폭이 배 이상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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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에선 가계신용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이 늘어난 배경으로 실업과 휴직 증가를 꼽는다. 소득이 줄거나 끊기면서 은행 빚에 기대는 사람들이 늘어난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이 제한돼 신용대출로 몰리는 수요도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로 지난달 제조업 일시휴직자(11만7000명)는 1년 전보다 7만1000명 늘었다. 1~4월 실직자 수는 207만 명이 넘어 통계를 집계한 2000년 이후 최고치다. 다행히 정부가 은행의 예대율 규제를 완화하는 등 대출 문턱을 낮추고 금리도 떨어지는 추세여서 당분간은 버틸 수 있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대출 비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이미 지난해 4분기(10~12월)에 95.5%로 전 분기보다 1.6%포인트 높아졌다. 이 비율은 조사 대상인 주요 43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가계빚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것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계 기업이나 한계 차주(借主)에 대해서는 대출 확대 이외에 다른 차원의 지원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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