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충격에 코로나 충격 덮친 상권
'○○샐러드 이태원점은 5월 24일까지 영업을 마지막으로 작은 쉼표를 가지려 합니다.'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 골목의 한 샐러드 가게에 이 같은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2016년 창업한 이곳은 2018년 신용산역 인근에 2호점을 열 정도로 장사가 잘됐지만, 경기 불황에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겹쳐 본점의 영업을 종료했다. 이태원역 1·2번 출구 뒤편 골목 한 레스토랑에도 '6월 7일부터 영업을 종료한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이태원역 반경 150여m 구간에서만 상점 7곳이 올해 들어 폐업했고, 9곳이 휴업했다.
영업 중인 가게들도 상당수가 "죽지 못해 사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이태원 5평 남짓한 가게에서 40년째 가죽 가방과 지갑 등을 파는 최모(76)씨는 올해 2월부터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고 있다. 올해 들어 월세 300만원을 못 내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최씨는 "새벽마다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깨고, 월세 내는 날이 다가올수록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 약을 먹기 시작했다"며 "가게를 내놓고 싶지만, 1년째 '임대 문의' 현수막을 내걸고도 안 나가는 옆 가게를 보고 체념했다"고 했다. 최씨가 건물주에게 맡긴 보증금 7000만원은 어느새 6000여만원으로 쪼그라든 상태다.
2015년부터 이태원에서 인테리어용품점을 운영하고 있는 미국인 야우스(40)씨는 "작년 여름 가게를 내놨는데, 코로나까지 터지는 바람에 1억9000만원을 내고 들어왔던 권리금을 50%만 받겠다고 해도 문의가 없다"고 했다.
중국인 관광객의 화장품 쇼핑 필수 코스로 꼽히던 이화여대 앞 상권의 사정도 비슷했다. 이화여대 정문에서 신촌기차역 앞까지 이어지는 300여m 길이의 거리와 그 주변 골목엔 점포 20여곳이 비어있었다. 주로 관광객을 상대로 영업하던 대형 화장품 로드숍 3곳엔 '임대 문의' 현수막이 붙어있었다. 옷가게 골목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새로 장사를 시작하려는 사람이 없다. 내가 상가를 중개한 것도 2월이 마지막"이라고 했다.
인근에서 20년째 여성 신발을 팔고 있는 A(55)씨는 올 초 건물주와 임대계약을 갱신했다. "경기가 안 좋아 적자와 흑자를 오고가는 상황이었지만, 오랜 기간 운영한 점포를 쉽게 포기할 수 없어서"라고 했다. 그 직후 코로나 사태가 터졌고, 수입이 거의 끊겼다. 최근 3000만원 소상공인 대출을 받았지만, 밀린 임차료를 갚는 데 다 썼다. 임차료는 다시 밀리고 있다.
신촌 지역 부동산 중개업자 정금수(53)씨는 "많은 건물주가 재계약 때 '코로나 백신 출시 전까지 보증금·월세를 ○○%만 받는다'는 식의 단서 조항을 붙여 편의를 봐주고 있지만, 상당수 상인은 그마저 낼 수 없는 형편"이라고 했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경제성장률 하락, 소득 주도 성장 등 경제 구조 조정으로 인한 불황에 코로나가 겹쳐 자영업자들이 최악의 시련을 맞고 있다"고 했다.
June 24, 2020 at 07: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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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자 맛집도 문 닫았다, 신경안정제 먹는 상인들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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