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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June 26, 2020

이영자 맛집도 문 닫았다, 신경안정제 먹는 상인들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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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충격에 코로나 충격 덮친 상권

'○○샐러드 이태원점은 5월 24일까지 영업을 마지막으로 작은 쉼표를 가지려 합니다.'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 골목의 한 샐러드 가게에 이 같은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2016년 창업한 이곳은 2018년 신용산역 인근에 2호점을 열 정도로 장사가 잘됐지만, 경기 불황에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겹쳐 본점의 영업을 종료했다. 이태원역 1·2번 출구 뒤편 골목 한 레스토랑에도 '6월 7일부터 영업을 종료한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이태원역 반경 150여m 구간에서만 상점 7곳이 올해 들어 폐업했고, 9곳이 휴업했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의 한 가게에 ‘임대 문의’ 현수막이 붙어 있다. 한국감정원은 지난달 27일 발표된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서 이태원 중대형 상가 공실률이 작년 4분기 19.9%에서 올해 1분기 28.9%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조유미 기자
이태원, 이대 앞 등 관광객들이 즐겨 찾던 서울 시내 주요 상권에서 올해 들어 자영업자 폐업이 줄을 잇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태원 상권 상가(중·대형) 공실률은 작년 4분기 19.9%에서 올해 1분기 28.9%로 급등했다. 상점 세 곳 중 한 곳이 폐업 상태란 의미다. 이대 앞을 포함한 신촌은 10.3%, '성형 관광객'이 많이 찾는 압구정과 신사역 상권도 각각 14.7%, 10.1%가 공실이다. 지속된 경기 침체와 최저임금 인상에 '코로나 충격'까지 겹친 결과라고 상인들은 얘기한다. 보통 인기 상권에서는 폐업한 자리에 금방 다른 상점이 들어서지만, 이 상권들에서는 공실만 빠른 속도로 번져나갔다.
이태원에선 대로(大路)변에도 빈 점포가 생겨나고 있었다. 가죽 잡화점 두 곳이 올해 4월과 6월 문을 닫았고, 3번 출구 앞 잡화점엔 '점포 정리(폐업)'라는 플래카드가 붙었다. '이태원퀴논길' 골목엔 지난 3월 폐업한 도자기 공예품점, 5월 폐업한 샐러드 가게가 빈 점포로 남아있었다. '방송인 이영자 맛집'으로 홍보하던 장작구이 통닭집은 지난 4월 점포를 내놓은 뒤 21일 폐업했다. 점포 정리를 하던 직원은 "끝까지 버텨보려 했지만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결국 폐업했다"고 말했다. 지역 부동산 중개업자는 "4월부터 본격적으로 매물이 나오기 시작해 지금은 하루에 1~2개씩 상가 매물이 나온다"고 했다.
/조선일보

영업 중인 가게들도 상당수가 "죽지 못해 사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이태원 5평 남짓한 가게에서 40년째 가죽 가방과 지갑 등을 파는 최모(76)씨는 올해 2월부터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고 있다. 올해 들어 월세 300만원을 못 내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최씨는 "새벽마다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깨고, 월세 내는 날이 다가올수록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 약을 먹기 시작했다"며 "가게를 내놓고 싶지만, 1년째 '임대 문의' 현수막을 내걸고도 안 나가는 옆 가게를 보고 체념했다"고 했다. 최씨가 건물주에게 맡긴 보증금 7000만원은 어느새 6000여만원으로 쪼그라든 상태다.

2015년부터 이태원에서 인테리어용품점을 운영하고 있는 미국인 야우스(40)씨는 "작년 여름 가게를 내놨는데, 코로나까지 터지는 바람에 1억9000만원을 내고 들어왔던 권리금을 50%만 받겠다고 해도 문의가 없다"고 했다.

중국인 관광객의 화장품 쇼핑 필수 코스로 꼽히던 이화여대 앞 상권의 사정도 비슷했다. 이화여대 정문에서 신촌기차역 앞까지 이어지는 300여m 길이의 거리와 그 주변 골목엔 점포 20여곳이 비어있었다. 주로 관광객을 상대로 영업하던 대형 화장품 로드숍 3곳엔 '임대 문의' 현수막이 붙어있었다. 옷가게 골목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새로 장사를 시작하려는 사람이 없다. 내가 상가를 중개한 것도 2월이 마지막"이라고 했다.

인근에서 20년째 여성 신발을 팔고 있는 A(55)씨는 올 초 건물주와 임대계약을 갱신했다. "경기가 안 좋아 적자와 흑자를 오고가는 상황이었지만, 오랜 기간 운영한 점포를 쉽게 포기할 수 없어서"라고 했다. 그 직후 코로나 사태가 터졌고, 수입이 거의 끊겼다. 최근 3000만원 소상공인 대출을 받았지만, 밀린 임차료를 갚는 데 다 썼다. 임차료는 다시 밀리고 있다.

신촌 지역 부동산 중개업자 정금수(53)씨는 "많은 건물주가 재계약 때 '코로나 백신 출시 전까지 보증금·월세를 ○○%만 받는다'는 식의 단서 조항을 붙여 편의를 봐주고 있지만, 상당수 상인은 그마저 낼 수 없는 형편"이라고 했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경제성장률 하락, 소득 주도 성장 등 경제 구조 조정으로 인한 불황에 코로나가 겹쳐 자영업자들이 최악의 시련을 맞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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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4, 2020 at 07: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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