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강화 입법…"실태 고려한 대책 수립돼야" 지적
"마트 때문에 임대료도 비싼데… 폐점 앞두고 다들 걱정이 많아요."
롯데마트 도봉점(VIC마켓)의 폐점 소식에 일대 식당들이 매출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왼쪽 사진은 롯데마트 도봉점이 이달 30일 폐점을 앞두고 고별정리에 나선 모습. 사진 =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그는 "주상복합이 들어선다고 하는데 최소 2년은 걸린다"며 "그 기간 공사 인부들이 근처 식당을 찾는다고 해도 면가게는 잘 안 와서 공백을 메꾸기 쉽지 않을 것이다. 주변 식당들 다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린다는 취지에서 시작한 대형마트 규제가 결과적으로 유탄이 돼 돌아오고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타격이 큰 데다 규제를 버티다 못한 매장들이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집객효과'를 누리던 일대 상권 매출이 줄어드는 탓이다. 마트 폐점으로 인한 고용감소도 겹친다.
올 하반기 폐점을 앞둔 마트 일대 상권에서 우울한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정부는 대형마트뿐 아니라 복합쇼핑몰, 백화점 등으로 규제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30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에 위치한 롯데마트 VIC마켓 영통점이 굳게 닫혀 있다. 이 지점은 지난 6월 영업을 종료했다. 사진 =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대형마트를 방문한 10명 중 6명꼴로 주변 음식점이나 상가에서 추가 소비를 해 '낙수효과'를 일으킨 것으로 분석됐다. 마트의 집객효과로 상호보완 관계에 있는 업종에 긍정적 파급효과를 미친다는 것. 대형마트 때문에 인근 상권이 흔들릴 것이란 기존 상식에서 벗어난 결과였다.
올해 6월 말 영업을 종료한 경기 롯데마트 신영통점(VIC마켓) 인근에서 칼국수집을 운영하는 방모씨는 "마트가 문을 닫으면서 직원들이 오지 않은 여파로 매출이 10~15% 정도 줄었다"며 "물론 코로나가 더 주된 요인이겠지만 마트가 문을 닫은 영향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근처 편의점도 사정은 비슷했다. 편의점 직원은 "마트 폐점 전에는 인근 아파트에서 장 보러 오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 유동인구가 빠지다 보니 아무래도 손님이 줄었다. 또 기존에 오던 마트 직원들이 안 오니까 매출에 영향이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7일 대전 서구 홈플러스 둔산점 앞에서 '홈플러스 폐점 매각 저지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홈플러스는 영업 부진을 이유로 대전 탄방점 자산 유동화(매각)를 확정했고, 둔산점은 점포 정리를 추진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2017~2020년 4년간 대형마트 20여 곳이 문을 닫았고 이로 인해 3만200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올해도 폐점을 앞둔 대형마트로 인해 실업자는 더 늘 전망이다.
대형마트 점포 1곳 폐점 시 마트 직원 945명이 실업자가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마트에 직접 고용된 680여명을 비롯해 납품업체 등 간접고용 인원 250명이 포함된다. 뿐만 아니라 마트 반경 3km 이내 주변 상권 매출에 영향을 미쳐 429명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마트는 올해 총 16개 매장을 폐점할 계획이다. 12곳이 이미 영업을 종료했고 연내 3~4곳이 추가로 폐업을 앞두고 있다. 홈플러스도 폐점을 전제로 경기 안산점, 대전 탄방점, 대전 둔산점, 대구점 등 올 들어 4번째 매장 매각을 확정 지었다. 다만 아직 영업을 종료한 곳은 없다.
규제가 시대착오적이라는 얘기도 적지 않게 나왔다. 온라인·모바일로 시장 중심이 옮겨가는 추세에서 대형마트가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위협한다는 발상으로 기존 유통법 잣대를 현재에도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얘기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와 국회는 규제를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 전통시장 주변 대형마트 입점 제한 규제 존속기한을 5년 더 연장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이미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또 대형마트에만 적용하는 영업시간 제한 규제를 앞으로 백화점·면세점·아울렛·복합쇼핑몰 등으로 확대한다는 유통법 개정안이 2건이나 발의돼 있다.
정부가 무조건적 규제가 아닌 현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에 맞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소상공인과 유통 대기업 간 객관적 논의를 통한 신중한 입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러 경제 상황, 규제 실효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입법을 논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존에 겪었던 여러 문제들이 똑같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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