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진 대표가(59·사진) 2011년 설립한 이오플로우는 당뇨 환자가 혈당을 조절할 때 사용하는 일회용 웨어러블(부착형) 인슐린 펌프 ‘이오패치’를 개발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상용화한 제품으로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에서 환자 테스트를 마쳤다. 고객지원 시스템을 구축 중이고 휴온스(243070)를 통해 내년 초 3만대 중반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지난 12일 만난 김 대표는 "이오패치 다음 단계인 ‘분리형 인공췌장’은 기술 개발을 마치고 내년부터 임상에 들어간다"며 "마지막 단계인 ‘일체형 인공췌장’도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오플로우는 지난달 기술특례 제도로 코스닥에 입성했다.
인슐린 주입기는 인슐린 주사, 펜형 주사기, 일반형 펌프, 일회용 웨어러블 펌프 순으로 상용화됐다. 마지막 단계인 ‘이오패치’는 복부, 팔, 허리, 허벅지 등 피하지방에 부착하고 리모컨으로 인슐린 투입량을 입력하면 펌프에서 인슐린이 주입된다.
김 대표는 "이오패치는 몸에 부착되는 튜브가 낭창낭창하기 때문에 활동하더라도 고통이 거의 없다"며 "주입선이 없고 펌프가 옷으로 가려져 병력 노출이 안 돼 삶의 질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주 2회 주기로 교체할 수 있어 관리 효율성이 높다"고 했다.
일회용 웨어러블 펌프 시장은 15년째 미국의 ‘인슐렛’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올해 9000억원 시장 규모를 독식한 셈이다. 경쟁력은 이오패치가 앞선다. 착용기간도 3.5일로 0.5일 길면서도 작고 가볍다. 수심 1m에서 24시간 방수된다.
이런 강점으로 유럽 제약사와 5년간 15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지만 예정됐던 하반기 수출은 미뤄지고 있다. 김 대표는 "갑갑한 부분이 유럽인증 지연"이라며 "생산·개발 검토는 끝났는데 임상 분야 리뷰어의 건강상 문제로 보고서가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진출 시기에 대해선 "내후년이 현실적"이라며 "다만, FDA 신속승인제도 프로그램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6~8개월이면 품목 허가가 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국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 출신인 김 대표는 실리콘밸리에서 20년간 반도체 벤처에서 일했다. 상용화에 실패한 ‘저전력 전기삼투펌프’ 기술을 지인인 교수를 통해 접하고 3년간 설득 끝에 기술 일체를 인도받아 2011년 국내에 들어와 회사를 차렸다. 사명 이오플로우(eoflow)는 전기(Electro)와 삼투(Osmotic)의 영문 앞글자에서 따왔다.
김 대표는 "대학교에서 나온 기술은 1~2%가 모자라는데, 그걸 채우는 데 4년이 걸렸다"며 "실패라고 여기지만 실제로 실패가 아닌 진보하는 과정을 고통스럽게 3~4번 정도 겪었다"고 말했다.
2015년 인슐린 펌프로 방향을 잡고 첫 투자를 받았다. 3년 만에 상용화한 제품이 안전성에서 보수적인 글로벌 의료기기 업계를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재설계와 보완을 거쳐 지난해 6월 식약처 품목허가를 받았다.
그는 "사업가로서 세상에 없던 제품을 아이디어를 내고 완성품까지 만들어낸 것에 희열을 느낀다"며 "클라우드와 연계, 원격 진료 관련 문제도 중요하기 때문에 개발 규모가 커졌다"고 말했다. 현재 직원은 70명 중 40명이 연구개발이고 미국에 자회사를 두고 있다.
김 대표는 웨어러블 인공췌장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오패치와 연속혈당센서가 분리된 ‘분리형 웨어러블 인공췌장’을 개발을 마쳤고 내년에 국내 임상을 시작한다. 두 기기를 합친 ‘일체형 웨어러블 인공췌장’은 2022년 상용화가 목표다.
김 대표는 "이오패치와 혈당센서를 연결해주는 알고리즘을 중요하다"며 "협력사에서 축적한 30만 시간 이상의 임상 데이터를 활용하면 상용화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데이터는 일반형 인공췌장의 미국 FDA 승인에 쓰인 알고리즘"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병원에서 맞는 정맥주사에서 집에서도 가능한 피하주사로 바뀌는 메드테크 이슈에 주목한다. 그는 "펌프기술이 인슐린 분야에 사업화한 것이지만 진통제, 호르몬제, 항암제 등 확장 분야가 넓다"며 "다양한 제품군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3000만원짜리 의료장비보다 3만원짜리 3일을 평생 사용하는 기기 개발이 더 어려울 수 있다"며 "이오플로우를 자기 자신을 파괴하면서도 창조하는 100년 기업으로 키우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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