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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June 11, 2020

“죽지 못해 사는데, 맨날 이태원발 코로나”…이태원 상인들 “우리가 죄졌냐” [김기자의 현장+] -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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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거리 곳곳에는 ‘#클린 이태원’ 현수막 / 미디어에서 ‘이태원발 코로나’ 코로나 언급…불쾌 / 이태원 거리 여전히 적막감만 감돌아 / 상인들 코로나 사태로 실추된 이미지 개선에 안간힘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거리 곳곳에는 ‘#클린 이태원’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다.

“뉴스에서 하루도 쉬지 않아, ‘이태원발 코로나’,‘이태원발 코로나’ 졸지에 우리가 죄인이 된 거야. 여기서 장사는 상인들은 어떻게든 살려고 발버둥을 치는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방송이고 신문이 그냥 죽으라고 곡소리를 내잖아요. 속 터집니다”

11일 정오쯤 찾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에서 만난 음식점 운영하는 이모(61)씨가 이렇게 말했다. 이씨는 “사람을 구경할 수가 없다”며 “정말 지긋지긋하다”라며 거리를 바라보며 하소연하듯 말했다. 글로벌 문화의 집결지로 손꼽히던 이태원은 과거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인적이 뚝 끊겨 썰렁했다. 유흥업소 집합금지 명령이 떨어진 클럽, 주점 등이 기한 없이 문을 닫으면서 주변 점포들도 닫기 시작했다.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는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는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우려 유동인구 준 데다 지난달 7일 이태원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것을 시작으로 25일 쿠팡 부천물류센터, 31일 개척교회 등에서 집단감염이 차례로 발생하면서 수도권 중심으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날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이태원 거리는 사람의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한 달이 지났지만, 이태원 거리는 예전 모습을 완전히 잃은 듯 여전히 적막감만 감돌았다.

확진자 발생 뉴스를 접할 때마다 어김없이 ‘이태원발’ 단어가 등장하자 상인들은 불쾌감을 토로했다. 이태원 맛집 골목에서 음식점 운영하는 김모(54)씨는 “이태원에서 나름대로 장사 잘 되는 집이었다”며 “코로나 터지고 사람이 찾지를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네이버나 다음에서 ‘이태원’ 치면 ‘코로나 확진자’ ‘이태원 코로나’부터 뜨는데, 누가 오고 싶은 마음이 생기겠느냐”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거리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한 상인들이 정지적으로 방역·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거리 상점마다 ‘#클린 이태원’ 스티커가 유리문에 부착 돼 있다.

이태원 거리 곳곳에는 ‘#클린 이태원 거듭나겠습니다’ 글귀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골목길도 ‘#클린 이태원’ 현수막 눈에 띄었다. 코로나 사태로 실추된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상인들이 나서 안간힘을 쓰고 있었지만, 역부족인 듯했다.

이태원 골목길은 북적이던 예전 모습과 달리 텅 빈 거리로 변해 있었다. 낮 장사를 위해 주점은 문은 열었지만, 클럽 음악만 골목길을 뒤덮었다. 음식점도 마찬가지. 한두 테이블만 손님들이 앉아 있을 뿐 대부분의 음식점은 텅 빈 모습이었다. 손님을 애타게 찾는 듯 문을 활짝 열어 두었지만, 공허하기만 했다.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거리에서 한 상인들이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분식점을 운영하는 정모(36)씨도 “이대로 다 죽는다”며 “대출받아 건물 산 사람도 죽어나는 거고, 장사는 하는 사람도 죽어나는 거고, 저는 이대로 그냥 죽었으면 좋겠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앞서 지난 3월에는 한남동에 거주한 외국인 A(42세 남성, 용산구 8번 환자)씨가 자가격리 조치를 위반하고 거리를 활보해 고발조치 됐다. 지난 4월에는 이태원 인근 서울 블루스퀘어 공연장에서 확진가 2명이 발생했다. 상인들은 이태원 인근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자 망연자실한 분위였다. 지난달 7일 이태원 한 클럽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후 이태원은 사람이 찾지 않는 ‘죽은 거리’가 됐다.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알려진 서울 이태원 한 클럽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이날 오후 3시 20분쯤. 녹사평역 인근 광장에 30여명이 모여 있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COVID-19 방역에 동참합니다”라는 검은 글귀가 적힌 흰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한 손에는 소독용 분무기를, 다른 한 한손에는 작은 수건을 들고 있었다. 30분쯤이 되자 이들은 조를 나눠 이동을 시작해 한 개조는 횡단보도를 건넜고 상가 주변을 소독하기 시작했다.

이들 일행 중에는 ‘#클린 이태원’이라는 글귀가 적힌 푸른색 스티커를 소독된 상점 유리문에 붙이거나 나눠주기도 했다. 다른 한 개조는 이태원 옷 상점 중심으로 소독용 분무기를 뿌렸다. 이들은 이태원 거리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상인들로 자발적으로 참여해 봉사하고 있었다.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거리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한 상인들이 정지적으로 방역·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거리에서 한 상인들이 소독제를 통해 소독한 뒤, 세부적으로 손 닿는 곳마다 거즈로 닦고 있다.

여기서 만난 한 상인은 “말도 못해요. 80~90%는 매출이 줄었다고 보면 됩니다”며 “쥐어짜듯 소독하고 노력해야 여름철 장사하지 않겠어요”라며 목에 걸치고 있던 수건으로 이마에 맺힌 땀을 연신 닦았다.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한 관계자는 “이태원이 코로나 진원지처럼 인식이 돼 그동안 큰 피해를 봤다”며 “이제는 이태원이 정말 많이 깨끗해졌으니 제발 많이 놀려 와 주셨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다”라며 하소연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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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11, 2020 at 06: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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